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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역사탐방(75)
망각으로 사라지는 코리언 볼

1993년 대구 시민 운동장에서 열렸던 제8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코리언 볼은 변모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갔다. 그간 부산과 대구연합인 영남이 3회 우승, 부산 단독으로 2회 우승, 서울이 2회 우승 그리고 대구가 1회 우승을 하였다.

물론 이듬해인 1994년에도 1995년에도 코리언 볼은 있었다. 그러나 서울-부산-대구 각각 지역의 자존심을 걸었던 그러한 지역 대결은 더 이상 아니었다.

제 9회 대회 부산 선발과 일본 홋카이도 선발의 대결
1993년에 일본 홋카이도 협회는 협회 창설 25주년 기념 행사로 포테이토볼에 한국 대표팀을 초청하여 홋카이도 선발 팀과 경기를 주최한 바 있다. 이 포테이토 볼에서 한국팀(감독 신영일)은 3쿼터 까지 24-13으로 여유 있게 리드를 하였으나 마지막 4쿼터에 12점을 허용하며 24-25로 역전패를 당하였다. 한국 팀은 허탈감에 빠졌고 반면 일본 팀은 지옥과 천국을 왕복 하면서 기분이 한껏 고조되었다. 경기 후에 기분파로 알려진 우치야마 쇼조 홋카이도 협회 장은 다음 해인 1994년에 한국 원정을 보내 주겠다고 선수들에게 약속을 하였다.

1993년 7월 17일 홋카이도 포테이토볼 경기 입장식 한국팀(좌) 일본팀(우) 삿뽀로 구장
한국 선발 팀 감독: 신영일(성균관대)/일본 홋카이도 감독: 태라오카 모토요시(삿뽀로대 감독)

3Q까지 24-13의 스코어가 4Q에 24-25로 역전되는 기가 막혔던 포테이토 볼

이듬해인 1994년 홋카이도 협회는 한국 협회(협회장 강성봉)에게 한국 원정에서 한 경기 만으로는 아쉬우니 한 경기를 더 하게해 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한국 협회는 당시에는 가장 강했던 부산과 메인 경기로 제 9회 코리언 볼로 결정하였고 대구 협회가 오픈 경기로 아카시아 볼이라는 타이틀로 메인 경기 이틀 전에 대구 시민 운동장에서 하기로 하였다.

홋카이도 부산 올스타를 42-14로 대파, 9회 코리언볼

지난해 일본 포테이토 볼에서 한국 팀을 실질적으로 지도하며 박빙의 경기로 이끌었던 공격과 수비팀의 코치였던 강인호(당시 수산대 감독)가 이번에는 부산 올스타 팀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경기 양상은 지난 해와는 사뭇 달랐다.
94년 7월 17일 야간 경기로 부산 구덕 축구장에서 킥 오프 된 제 9회 코리언 볼은 처음 시작은 좋았다. 먼저 공격을 시작한 부산 선발은 첫 공격에서 QB 박경배(경성대)가 와이드 리시버 유호정(경성대)에게 페이드 패스로 65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7-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그 후부터는 홋카이도의 흐름이었다. 홋카이도는 4쿼터까지 무려 6개의 터치다운을 연속으로 터뜨리며 42-7로 달아났다. 부산 선발은 제 4쿼터에 TE 김성훈(해양대)이 15야드 TD 패스를 받아 내며 7점을 따라 잡았지만 워낙 남은 시간이 없었고 이미 스코어도 많이 벌어져 있었다.

제 9회 코리언볼 1994년 7월 17일 부산 구덕 운동장

	1	2	3	4	계	비고
부산 파이터즈	7	0	0	7	14
홋카이도 선발	7	14	14	7	42

부산 선발 감독:강인호(경성대 감독)/일본 홋카이도 감독: 태라오카 모토요시(삿뽀로대 감독)

제 9회 코리언 볼 포스타

오픈 경기는 대구가 홋카이도에게 16-12로 승리
코리언 볼 2일전 오픈 경기로 대구 시민 운동장에서 열렸던 아카시아 볼은 당시 대구 협회는 일본팀을 초청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빈약했다. 그래도 대구 선발 팀 감독이었던 필자에게 당시 대구 협회장 이던 절친 이재호 회장이 선뜻 거금을 지원하여 행사를 진행 할 수 있었다. 이 지원금으로 필자는 당시 일본대학 챔피온 이었던 교또대의 코치(미즈노 감독, 모리 코치, 후지타 코치)들을 초청하여 약 일주일을 강 훈련을 시키며 아직은 동네 축구 수준에 불과하였던 대구 팀이 홋카이도 팀을 16-12로 격파하게 하였다. 이 승리는 당시 한국의 미식축구인들에게는 모두를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아직도 필자는 당시 이재호 대구 협회장과 일본 교또대 미즈노 감독, 전 일본 대표팀 감독이었던 모리 그리고 현재 일본 대표팀 감독이 된 후지타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이틀 후에 일본 팀이 부산팀을 대파 시킨 것은 대구 팀에게 패배했던 설욕이었던 것 같았다.

제 4회 아카시아 볼 1994년 7월 15일 16:00시 대구 시민 운동장

	1	2	3	4	계	비고
대구 스틸러즈	0	3	13	0	16
홋카이도 선발	0	6	0	6	12

대구 스틸러즈 감독: 박경규(경북대 감독)

홋카이도 선발 감독: 태라오카 모토요시(삿뽀로대 감독)

아카시아볼에서 교또대의 모리 코치, 필자 그리고 후지타 코치(왼쪽 부터)

제 10회는 서울 로열즈와 일본 明治學院大(메이지 학원대)

다음 해인 1995년은 서울 협회가 일본 관동협회 2부 리그에서 1부로 승격된 메이지학원대를 초청하여 서울 목동 구장에서 제 10회 코리언 볼이라는 타이틀로 경기를 하였다. 메이지대(明治大)와는 다른 대학이다. 경기 결과는 0-54로 대패.

이 것도 깜짝 놀랄 일이었다. 메이지학원은 일본 2부에서 1부로 올라온 팀이었고 당시 한국은 이름은 서울 선발 팀이었지만 실제로 공격은 부산 동의대가 주축이었다. 동의대가 서울 선발에 참여한 이유는 이러했다. 당시 서울도 미식축구가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 93년 코리언 볼에서 대구 팀에게도 패하였다. 어떤 방법으로도 다시 살려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지난해 대구에서 일본 교또대 코치들을 초청하여 성공한 것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당시 서울 협회(정영하 회장)는 1994년 일본 코시엔볼 우승팀이었던 일본 체육대학 감독과 코치를 초빙하여 2주간 훈련을 하도록 하였다. 서울 선발은 서울대 이전재 감독의 지휘 하에 1주 정도 훈련 후에 전열 점검 차 경북대를 불러서 서울대 구장에서 연습 경기를 가졌는데 0-35로 대패하고 말았다. 깜작 놀란 강성봉 KAFA 회장은 부산 동의대를 급히 합류 시켰던 것이다.

1995년 제 10회 코리언볼 포스타

1995년 제 10회 코리언볼 경기 입장권

제10회 코리언 볼 스코어 보드 1995년 7월 1일 서울 목동 운동장

	1	2	3	4	계	비고
서울 로열즈	0	0	0	0	0
메이지 학원대	14	20	13	7	54

서울선발 감독: 이전재(서울대 감독)/메이지 학원대 감독: 수수무 호시나

다시 살아났던 2008년 코리언 볼 영남파이터즈 vs 서울 로열즈
1995년을 마지막으로 코리언 볼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물론 많은 국제 경기로 각 지역협회가 선수 선발 및 훈련에 많은 부담을 가지면서 어느 협회도 코리언 볼을 하자는 요청이 없었다. 아마 이것이 주요 원인 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 1995년부터 사회인 리그가 탄생하였고 또한 서울 슈퍼볼(후에 광개토볼로 변경), 타이거볼 그리고 전 한국 챔피언인 김치볼이 개최됨에 따라 관심이 적어지게 된 것도 또 다른 원인이었을 것이다.

2008년 봄 학기가 끝난 7월 17일에 영남 선발과 서울 선발이 13년 만에 코리언 볼의 타이틀로 한판 붙었다. 필자가 KAFA회장으로 있던 시절이다.
용인대 구장에서 킥오프된 코리언 볼은 영남파이터즈가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서울 로열즈를 29-0으로 격파하고 우승트로피를 남쪽으로 가지고 갔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서울의 킥으로 경기는 시작되었는데 영남은 경기 시작(opening drive)) 드라이브에서 영남의 김혁(경북대)이 40 야드 필드골을 성공 시키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하였다. 이 후 RB양지훈(한의대)이 중앙돌파로 TD에 성공을 시키면서 9:0으로 앞서 나갔다. 이후 2쿼터 종료 직전에 영남의 러닝백 한영륜(동의대)가 14야드 측면돌파를 성공 시키면서 전반을 16:0으로 마쳤다.
후반 제 4쿼터에 들어 영남의 DL 신용석(동아대)이 펌불을 앤드존에서 확보를 하면서 7 점을 추가하고 경기 종료 직전에 DB 김수돈(동의대)이 패스인터셉트 후 70 야드 리턴으로 TD를 성공함으로 경기를 29-0으로 마무리하였다.
이날 대회 MVP는 파이터즈의 이광우(할래스)가 수상하였으며, 영남의 감독 백성일에게는 지도자 상이 수상 되었다.

서울은 이종희(한양대OB) 감독이 사회인팀 캡스를 주축으로 팀을 구성하여 나왔다. 반면 영남은 부산과 대구의 대학 선수를 주축으로 백성일 감독이 지휘를 하면서 동의대 구장에서 제대로 훈련을 하였다. 특히 지난해 제 3회 월드컵에 한국 대표팀 코치로 참여를 했던 스탭들이 거의 합류를 하여 이번 코리언볼을 통하여 지역 대학의 수준 향상을 목적 하였다. 아마 서울과 영남이 대회에 임하는 생각이 많이 달랐고 따라서 경기 결과도 다르게 된 것 같다.

영남의 RB 양지훈(대구한의대)가 중앙으로 터치다운을 터뜨리고 있다.

제 11회 코리언볼 2008년 7월 17일 경기 용인대 구장

	1	2	3	4	계	비고
영남 파이터즈	3	13	0	13	29
서울 로열즈	0	0	0	0	0

서울선발 감독: 이종희(한양대)/영남 선발 감독: 백성일(동의대)
대회 MVP 이광우(영남 파이터즈)
우수공격 선수상:진일근(서울 로열즈)/우수 수비선수상: 이상후(영남 파이터즈)
지도자상: 백성일(영남파이터즈 감독)

제11회 코리언볼 한국 대표팀 vs 일본 와세다

일본의 와세다 대학은 사학의 명문이다. 특히 와세다와 게이오의 경기는 우리나라의 연고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와세다는 해방 전에 장박 선생님 최인형 선생님 등이 운동을 하셨던 대학이다. 2007년에 한국 대표팀이 일본 가와사키 구장에서 열리는 제3회 월드컵 경기를 참가하였을 때 물심 양면으로 도와준 대학이 와세다 대학이었다. 단순히 장박 선생님과 최인형 선생님이 한국 미식축구의 선구자라는 이유로 도와 주었다. 우리가 일주일 전에 미리 가서 훈련할 때 운동장, 장비 수리, 매니저 지원 그리고 응원단 까지 지원하여주었다. 그 후 당시 한국 월드컵 운영위원회 노인환 위원장과 와세다 OB(OB회장 모리시마 수수무)들과는 아주 친하게 교분을 가지게 됨에 따라 이 대회를 쉽게 열게 된 것이다. 2011년에 열리는 제 4회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을 준비할 때 한국 팀으로는 어떤 방법으로 팀 전력을 점검 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와세다 팀이 2010년에 내한하여 한국 대표 팀과 친선 경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바로 제 11회 코리언 볼이다. 특히 이날에 와세다는 최인형(1936년 - 1943년 와세다 선수; 당시 93세) 선생님이 코인토스를 하게 되어있어 많은 와세다 OB 들이 방한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선배님은 대회 한 달 전인 5월 8일에 소천하셨다. 향년 93세. 따라서 이날 코인토스는 최선배님의 자부이신 이영희 인하대 교수님이 대신에 하게 되었다.

이날 경기는 한국팀은 비록 4개의 터치다운을 허용하였으나 내용 면에서는 한국팀도 매우 선방을 한 경기였다. 아직 대표팀 조직의 완성도 및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지만 내년 2월에 있을 한일 전에 대비하여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국 대표팀 RB 이민우(경북대)의 중앙돌파와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와세다

제 12회 코리언볼 2010년 6월 20일 고려대학교 구장

	1	2	3	4	계	비고
한국 대표팀	0	0	0	7	7
일본 와세다	7	14	0	7	28

한국 대표 감독: 김용수(일본 코난대 감독, 일본명 후쿠다 타츠히대)
와세다 감독: 아사쿠라 다카오

코리언 볼 소개를 마치며
우리는 "옛날이 좋았었다"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사실 필자는 예전의 코리언 볼에 대한 열정을 잊지 못한다. 정말 그때가 좋았다. 그리고 임원들은 사명감과 열정이 있었다. 부산 구덕 축구장, 대구 시민운동장, 잠실 메인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했다. 야간 경기도 있었다. 여름날 밤에 환하게 켜진 운동장에서 하는 경기는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필자 역시 선수를 훈련 시키기 위하여 한여름을 꼬박 선수들과 지냈다. 또한 선수들도 한번 이기려고 지역 협회의 자부심을 위하여 똘똘 뭉쳤었다. 물론 패배하고 돌아오는 버스 내의 분위기는 무척 침통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우리에게는 다음에 기회가 또 있었다. 지금 우리 미식축구인들에게는 이러한 열정이 사라진 것 같다. 그리고 아예 대회는 없어졌다. 하루 빨리 코리언 볼이 다시 부활 되기를 기대한다.

인용자료
박경규 택클을 돌파하라: 대구경북 미식축구 20년사
박경규: 경북대학교 35년 회고록 "꿈을 향한 머나먼 여정"
경성대학교: 드래곤즈 20년사
KAFA News: 2010년 6월 20일/2008년 7월 7일, www.kafa.org
대한미식축구 협회: 코리언볼 제 9회, 10회, 12회 대회 팜플렛
일본 홋카이도 협회: 25회 포테이토 볼 팜플렛
박경규: 개인소장 자료

역사 편집 감수: 노인환 전 사회인연맹회장/김윤정 서울대 OB
역사 편집: 경북대학교 미식축구부 감독 및 명예교수 박경규